PR은 지난 30년 동안 어떻게 변해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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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PR협회>는 2012년 들어 PR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바꿨다. 실로 30년 만의 일이다. 둘을 비교해보면 PR의 본질이 잘 드러난다(미국PR협회 사이트 참조).

[1982년의 정의] “Public relations helps an organization and its publics adapt mutually to each other.”
(PR은 조직과 그 조직의 공중들publics이 상호간에 서로 조정하는 것을 돕는다.)

[2012년의 정의] “Public relations is a strategic communication process that builds mutually beneficial relationships between organizations and their publics.”
(PR은 조직과 그들의 다중들publics 간에 서로 유익한 관계를 구축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다.)

우선 30년의 세월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건 PR은 ‘조직(organization)과 퍼블릭(publics) 간의 문제를 컨트롤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퍼블릭의 경우 변경 전이나 후나 영어로는 같은 public이 쓰이고 있지만, 필자는 이 퍼블릭을 우리말로 옮길 때 변경 전의 퍼블릭은 ‘공중’으로, 변경 후의 퍼블릭은 ‘다중’으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경 전의 경우, PR의 목적은 설득적인 메시지 전달을 통해 “조정하는 것을 도움으로써” 어긋나는 부분을 해소하고 조직(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이 경우 조직과 퍼블릭 간의 조정은 일방향(one-way)의 성격이 강했다. 즉 능동적인 발신자 역할을 하는 것은 조직이고, 공중들(publics)은 수동적인 수신자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변경 후를 보면, PR의 목적은 “서로 유익한 관계를 구축하는”으로 바뀌어 있다. “서로 유익한 관계”라는 대목에서, “관계”(relationship)라는 표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릴레이션(relation)이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일반적인 관계를 의미한다면, 릴레이션십은 우정이나 애정처럼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나 태도가 전제된 구체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릴레이션십으로서의 관계는 불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특정한 사람과 맺는 것이고,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것이다. 따라서 “유익한 관계를 구축한다”는 것은 불특정한 다수로서의 공중(public)이 아니라 특정한 세그멘테이션으로서의 다중(public)과 구체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에서 본 것처럼, PR에서 ‘퍼블릭’의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퍼블릭을 보는 시각에 따라, 즉 공중으로 보느냐 다중으로 보느냐에 따라 기업의 마케팅 전략과 전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공중’에서 ‘다중’으로 무게중심의 이동은 매스미디어에서 소셜미디어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 그리고 비차별적 마케팅→차별적 마케팅→틈새 마케팅→미시(개인) 마케팅으로 시장세분화가 더욱 정교하게 진행되는 것과 궤를 나란히 한다. PR의 대상이 공중에서 다중으로 이동해 간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 또한 그만큼 좁고 깊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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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파는 것’에서 소비자(다중)를 ‘연결’하는 것으로,
개인(미시) 미디어는 우리 삶을, 마케팅을, 비즈니스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라는 말도 의미심장한 말이다. “전략적”(strategic)이란 단기적이고 임시방편적인 대응책이나 테크닉이 아니라, 중장기적이고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성격의 방침을 의미한다.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은 라틴어 communis에서 온 말로 ‘공통화하고 공유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에 “과정”(process)까지 붙여 진행형의 의미까지 더하고 있다. 즉 실시간으로, 쌍방향으로 주고받으면서 시작부터 끝까지 전체 과정을 함께하는 속에서 문제와 해결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중-후의 전과정과 맥락을 공유하는 이런 실시간의 쌍방향성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등한 관계를 전제로 하는데, 관계가 대등하다는 것은 이익 또한 대등하게 주고받아야 한다는 것, 즉 기업이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그에 상응하는 이익(고객가치와 고객만족)을 주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구 하나하나에 너무 과하게 의미 부여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미국PR협회가 PR에 대한 개념을 개정하는 과정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다. 수많은 전문가 집단들로부터 제출된 1천여 개의 안 중에서 세 가지를 최종안으로 압축한 다음 수천명의 회원들의 공개투표를 통해 최종안을 확정하는 절차를 거쳐서 개념을 바꾼 것이다. 한마디로 PR산업 전체가 관여해서 논의하고 결정한 셈이다. 이처럼 개념의 정의(definition)는 매우 중요한데,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이후의 업의 방향이나 프로세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책이 출간되면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보내 기사화를 유도하는 것, 즉 ‘널리[弘] 알린다[報]’는 의미의 홍보를 PR의 거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에디터나 마케터가 많다. 그러나 홍보는 PR의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소비자, 투자자, 미디어, 그리고 자신들의 커뮤니티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PR을 사용한다. PR은 긍정적인 퍼블리시티(publicity ; 제품홍보 기사)를 개발하고, 좋은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고, 비우호적이거나 적대적인 소문‧이야기‧사건을 처리함으로써 다양한 공중(혹은 다중)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일체의 활동을 가리킨다. PR에는 언론관계, 제품 퍼블리시티, 전국적인 혹은 지역적인 커뮤니티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것, 입법과 규제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로비활동, 주주 등의 투자자관계 활동 등이 모두 포함된다.

출판의 경우, 공정거래법이나 도서정가제법 등은 출판사의 마케팅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에 국회의원이나 정부관료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유지하는 로비활동 같은 것도 매우 중요한 PR활동에 속한다. 특히 도서정가제는 책의 구매와 소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우호적인 공중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그런데도 출판사들은 독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만이 터져나올 수밖에 없는 도서정가제 시행에 대해 독자를 설득하는 PR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는 결국 나중에 시민사회나 독자들이 거품가격 문제를 제기하는 식으로 부메랑이 되어 출판사들한테 돌아왔고, 출판계는 지속적인 매출하락과 독서인구 감소로 고전하고 있다.

PR은 퍼블릭과 신뢰를 바탕으로 우호적 관계를 구축‧유지‧확장함으로써 조직(기업)의 장기 존속을 꾀하려는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PR은 브랜드포지셔닝을 통해 소비자 인지와 선호를 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잠재성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프로모션 도구의 하나로 취급되어 왔다. PR의 핵심은 이해‧설득‧공감을 통해 세분시장의 고객을 입장과 코드를 공유하는 다중(팬)으로 만듦으로써 지속적이고 반복적이고 확장적인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있다. 지금의 환경에서 출판사업의 성패는 셀러 몇 권 더 기획하느냐가 아니라 PR관계 구축에 따른 출판사브랜드의 확보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고객을 팬으로 만듦으로써 지속적이고 반복적이고 확장적인 관계를 만들어 낸” 애플의 러브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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