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업의 투 트랙, 프라임과 프리미엄

핵심고객과 기본고객은 대응전략이 달라야 한다

의료장비 공급업체인 힐롬(Hill-Rom)은 제품별로 짜여져 있던 여러 개의 영업조직을 2개의 고객중심 영업조직으로 바꾸었다. ‘핵심고객 영업팀’과 ‘기본고객 영업팀’이 그것. 핵심고객팀은 고급장비를 구매하고 높은 수준의 영업사원 협업이 요구되는 대형거래처를 상대한다. 기본고객팀은 자신들이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의 가격대에서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특성과 기능을 얻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갖는 소형거래처들을 상대한다. 제품중심이 아닌 고객중심으로의 영업팀 개편을 통해 힐롬은 고객 유형에 따라 원하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또한 각 영업팀이 할당된 고객집단을 위해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를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힐롬의 예에서처럼 마케팅에서는 고객을 크게 핵심고객과 기본고객의 둘로 나눈다. 핵심고객(key customer/core customer)은 프리미엄 고객(premium customer)이라고도 하는데, 브랜드 충성도가 높고, 반복구매율이 높고, 고객단가가 높고, 가격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객군을 가리킨다. 출판의 경우 핵심독자가 이에 해당한다. 기본고객은 프라임 고객(prime customer)을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주어질 경우 구매반응을 보일 확률이 큰 고객을 가리킨다. 출판의 경우 확산독자가 이에 해당한다.

프리미엄(premium)과 프라임(prime)은 동의어도 유의어도 아니다. 의미나 지시하는 대상이 완전히 다르다. 프라임은 “주된, 주요한, 기본적인, 최상급의, 뛰어난, 가장 선택될 가능성이 큰, 가장 적합한” 등의 뜻을 갖는다. 프라임은 우리말로 “최상급의, 뛰어나다”는 뜻으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프리미엄이 갖는 최상급과는 그 뉘앙스가 전혀 다르다. 프리미엄이 그야말로 다른 것이 쫓아올 수 없는 최상급을 뜻하는 말이라면, 프라임은 어디까지나 기본이나 바탕에 충실하다는 전제하에 “최상의,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한다.


옵티머스 프라임!
“가장 크고, 가장 힘이 세고, 가장 전투력이 뛰어나며 가장 현명한 오토봇”

미국의 주택담보 대출제도를 보면 프라임의 뉘앙스를 좀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미국의 주택담보 대출은 프라임(prime), 알트-A(Alternative A), 서브프라임의 3등급으로 나뉘어 이루어진다. 프라임 등급은 기본적으로 신용도가 뛰어난 개인을, 알트-A는 중간 정도의 신용도를 가진 개인을, 서브프라임은 신용도가 일정 기준 이하인 저소득층의 개인을 가리킨다. 서브프라임 등급은 프라임 등급에 비해 많게는 4퍼센트 정도 더 비싼 대출금리를 감당해야 한다.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금리인상이 단행되면서 신용 기준이 취약한 서브프라임 계층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채무 불이행 사태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알다시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고 한다.

출판사들이여, 맥도날드와 버거킹을 벤치마킹하자

맥도날드나 버거킹의 1달러짜리 햄버거를 밸류메뉴(value menu, 가치메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밸류의 뜻이 프라임과 통한다. 밸류메뉴는 맥도날드나 버거킹의 기본적인 (고객)가치를 대표하는 메뉴로서, 기본고객을 만족시켜 주는 기본메뉴다. 가성비가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가장 선택될 가능성이 큰” 메뉴이고, 그만큼 맥도날드나 버거킹의 고객층을 확산시키는 데 “가장 뛰어난, 최상의” 가치메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기본고객을 전략적으로 늘려가는 맥도날드나 버거킹의 프라임 전략을 출판사들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밸류메뉴처럼 가성비가 뛰어난 밸류목록의 개발을 통해 프라임 고객(기본독자, 확산독자)을 늘려가고, 다시 이를 토대로 관계의 강도와 밀도가 높은 프리미엄 고객(핵심독자)을 구축해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ㅂ..배..밸류메뉴를 너..너무 많이 먹었나…후…”

싼 것은 싸게, 비싼 것은 비싸게

할인율이 총 15% 이내로 제한된 개정도서정가제하에서 고객만족을 최대한으로 끌어내려면 ‘싼 것은 싸게’ 파는 프라임 전략과 ‘비싼 것은 비싸게’ 파는 프리미엄 전략을 유연하게 섞어서 구사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하려면 고객가치를 정확히 측정해서 특정할 수 있어야 한다. 가격은 가격부등식(가치>가격>원가)으로 알 수 있듯이, 한쪽 끝을 가치(고객이 실제적으로 느끼는 사용가치 즉 고객가치)로 하고, 다른 한쪽 끝을 원가로 하는 그 사이 어디쯤에서 결정된다.

고객에게 최대만족을 주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면 된다. 첫째 가치와 원가 사이의 거리가 멀 것, 둘째 가격과 원가 사이의 거리가 가까울 것. 이 말은 고객입장에서 보면 커다란 편익을 주는 제품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끝내주는 제품이다. 고객관계를 구축하고 고객감동을 창출하기 위해 고객만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려면 가치와 원가를 정확히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가격의 하한선을 결정하는 원가는 종이 얼마 썼고, 인쇄비 얼마 들었고, 원고료 얼마 들었고, 인건비 얼마 들었고 등등 비교적 쉽게 계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가격의 상한선을 결정하는 가치를 얼마라고 특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자신이 갖고 있는 콘텐츠의 가치를 특정하기 위해서는 발신자(출판사)와 수신자(독자)가 직접 만나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미세조정을 해가면서 자기 출판사만의 콘텐츠 가치를 정확히 측정해내야만 프리미엄 가격전략과 프라임 가격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고객에게 직접 묻지 않고 가치를 만원이라고 생각해서 원가가 7천원인 상품의 값으로 8천원을 매겼는데, 고객이 느끼는 실제 사용가치는 5천원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가격을 전략적으로 책정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이 경우 해결책은 원가가 5천원 밑이 되도록 원가절감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원가 7천원이 들어간 상품의 가치를 고객에게 물어봤더니 1만원이라고 답한 경우, 기업은 7천원과 1만원 사이에서 이익이 나면서도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전략적 가격 책정이 가능해진다. 만족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고객은 가만히 있지 않고 여기저기 입소문을 내고, 이는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고객만족을 최대화하는 가격전략은 상품단위당 이익은 적더라도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임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업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만족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고객은 가만히 있지 않고 여기저기 입소문을 내고, 이는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이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 입소문을 타고 타고 전염되는 것들의 공통점은…?!

이처럼 가격전략은 고객만족과 관련해서 매우 중요한데, 독자적으로 가격전략을 구사할 수 있으려면 고객가치를 반드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고객가치를 측정하지 못할 경우 기업은 가치기반 가격전략 즉 고객중심 가격전략을 쓸 수 없고 경쟁자기반 가격전략을 쓸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마케팅환경에서 기업의 명운을 경쟁사의 손에 맡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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