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에겐 ‘축구지능’이, 출판선수에겐 ‘출판지능’이

내 경쟁자는 누구인가

영원한 건 없다. 지금 출판에 필요한 건 쇠퇴기의 피로함을 도입기의 생동감으로 바꿔낼 전략이다. 그러려면 관점을 바꾸고, 규칙을 위반하고, 새로운 룰을 발명해 내야 한다.

사업은 경쟁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다. 이기려면 경쟁상대가 누구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경쟁사를 파악할 때 대개는 “가장 좁은 의미로, 자사와 비슷한 제품‧서비스를, 같은 고객층을 상대로, 비슷한 가격에 공급하는 다른 기업을 경쟁사로 정의한다. 리츠 칼튼 호텔은 포시즌 호텔을 주요 경쟁사로 생각하지 홀리데인 인을 주요 경쟁사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범위를 좀더 넓히면 리츠 칼튼은 다른 모든 호텔과 경쟁한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범위를 더욱 넓히면 피곤한 여행자에게 잠자리를 제공하는 모든 기관을 경쟁자로 생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훨씬 더 광범위한 의미에서 리츠 칼튼은 크루즈, 여름별장, 해외여행에 이르는 모든 여행‧레저 서비스와 경쟁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경쟁사란 같은 고객의 돈을 가지고 경쟁하는 모든 기업인 것이다.”(『코틀러의 마케팅원리』, 535쪽)

기업이 경쟁사를 파악하는 관점에는 두 가지가 있다. ‘산업적 관점’과 ‘시장적 관점’이 그것이다. 시장은 동일한 고객 니즈의 충족을 놓고 자사와 경쟁사가 경쟁을 벌이는, 니즈-원츠-디맨드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시장이 그런 공간이라면 시장적 관점에서 경쟁사를 파악한다는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원츠와 디맨드는 말할 것도 없고 니즈까지 염두에 두고 경쟁사를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산업적 관점이란 니즈는 보지 않고(혹은 보지 못하고) 원츠와 디맨드만을 보고 경쟁사를 파악하는 ‘마케팅 근시안’을 가리킨다. “타워 레코드는 전통적 음반매장에 의해 파산한 것이 아니었다. 베스트 바이, 월마트, 아이튠즈, 기타 디지털 다운로드 서비스와 같은 예상치 못한 경쟁자에 희생당했다. 산업적 시각으로 보면 펩시는 코카콜라, 세븐업, 그밖의 다른 청량음료 제조사와 경쟁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적 관점에서 보면 소비자가 진정 원하는 것은 ‘갈증 해소’일 수 있다. 이 니즈는 생수, 과일주스, 아이스티, 그밖의 많은 음료로 충족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장적 관점의 경쟁개념은 더 넓은 의미의 현실적[원츠], 잠재적[니즈] 경쟁자 집단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코틀러의 마케팅원리』, 535쪽, 536쪽)


“여봐, 펩시. 동네를 잘못 골랐어.” (침 찍-)
코카콜라 형님들만 무서운 게 아니지 말입니다…

보는 자와 보지 못하는 자

만약 음악 소비와 관련해 밑에 숨겨져 있는 고객 니즈에 주목했다면 타워 레코드는 뒤에서 다가오는 경쟁사를 알아채고 빠르게 변신을 시도했을 수도 있다. 변신에 성공한 기업은 지속 가능성을 보장받지만, 변화를 보지 못해 변신에 실패한 무능한 기업은 아무리 규모가 크고 매출이 높아도 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동안의 기업사는 증명하고 있다.

출판의 경우 산업적 시각을 갖고 있는 한, ‘유사한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다른 출판사’(독자층이 비슷하고 책의 성격이나 카테고리가 비슷한)를 경쟁사로 보게 되어 있다. 그러나 시장적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시간을 놓고 경쟁하는 모든 콘텐츠 제공업자가 경쟁사가 된다. 지금 사람들의 시간을 가장 많이 빼앗는 것이 모바일 디바이스인 만큼, 모바일 디바이스의 화면 점유율을 놓고 경쟁하는 모든 콘텐츠업체들이 출판사의 경쟁자다. 출판은 이들 경쟁자들 중 가장 경쟁열위에 처해 있다. 지금의 출판 불황은 그 자연스런 결과일 뿐이다.


요다 가라사대, “지금까지 배운 것을 다 잊어라!”
바야흐로 출판에 대해, 마케팅에 대해, 불황의 원인에 대해 전부 다시 생각할 때.

하급, 상급, 최상급

출판이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출판산업적’ 시각에서 벗어나 ‘콘텐츠시장적’ 관점을 확보해야 한다. 기존의 낡은 산업 틀을 깨고 산업을 재편할 수 있는 시야와 비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니즈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독자들은 자신들의 ‘지식에 대한 니즈’ ‘지적 갈증’을 해소시켜 줄 수 있는 솔루션을 찾고 있다. 지금까지 해오던 대로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중해 열심히 판촉을 하고 광고를 하려는 마케터는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할 것이다. 반면 현실화된 형태로 존재하진 않지만(쉽게 보이진 않지만) 가능성과 잠재성의 형태로 존재하는 많은 PR‧광고‧인적판매‧판매촉진‧직접판매를 시도하(려)는 마케터는 출판의 판을 바꿔낼 공산이 크다.

분명한 것은 새로운 솔루션은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객관적으로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전제하고 활동을 전개하는 것이 마케팅의 시작이고 출발이다. 그런 확신이 없다면 시장을 창조하고 혁신하는 선도자, 이노베이터는 결코 될 수 없다. 기껏해야 시장 추종자밖에는 되지 못한다. 잠재성을 누가 먼저 보고 현실화시키느냐, 거기에 아이디어가 있고, 선점의 메리트가 있고, 시장의 주도권이 있고, 강력한 포지셔닝의 계기가 있다.

‘축구지능’이라는 말들을 많이 쓴다. 눈앞에 보이는 공만을 쫓아다니는 축구선수는 축구지능이 떨어지는 하급의 선수다. 축구지능이 뛰어난 상급의 선수는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 남다른 선수다. 그의 진가는 오히려 공이 없을 때 드러난다. 그는 축구장 전체를 보면서 빈 공간을 찾아내는 데 능숙하다. 그는 빠른 자다. 남보다 먼저 보고 먼저 뛰기 때문이다. 공간을 선점한 그에게 당연히 찬스가 찾아온다. 최상급의 선수는 한 발 더 나간다. 그는 빈 공간을 찾아낼 뿐만 아니라 빈 공간을 스스로 창출해낸다. 상급의 선수가 발견자라면 최상급의 선수는 발명자다.

출판을 업으로 하는 출판선수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출판지능’이다. 빈 공간을 찾아내거나 만들어낼 줄 아는 감각과 순발력이 있을 때만 찬스가 생긴다. 누구의 눈에나 다 보이는 것, 그것만을 열심히 좇고 있는 한, 죽어라고 뛰어봐야 항상 이미 너무 늦다. 잘해봐야 추종자고 아니면 시장 밖으로 밀려날 운명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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