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신, 궤네깃또

강남천자국 처자 백주또는 오곡 씨앗을 들고 바다를 건너 와 제주에서 사냥을 하던 소천국을 만나 혼인했다. 하지만 소천국이 타고난 먹성으로 부리던 소를 잡아먹자 임신 중이던 백주또는 살림을 가르자고 했다. 뱃속 아기뿐만 아니라 이미 낳은 아이도 여럿이라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데, 남편이 농사를 도울 일소를 잡아먹은데다 이웃집 소까지 잡아먹는 부도덕함에 실망해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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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림도령, 궤네깃또 | 한겨레 출판사 (사진출처: 오픈키드)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궤네깃또

백주또가 뱃속 아기를 낳아 세 살이 될 무렵이었다. 아비가 자식을 모르고 자식이 아비를 모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싶어 어린 아들을 데리고 소천국을 찾아갔다. 소천국이 아들을 처음 안아보는데, 아들이 아비의 수염을 잡아당기고 가슴을 두드렸다.
“이놈을 배고 나서 살림이 나뉘더니, 낳고 나서는 고약한 행실로 일을 그르치는구나. 자식을 죽일 수는 없으니 바다에 띄워 버려야겠다.”
소천국은 무쇠상자에 어린 아들을 집어넣고 멀리 동해바다로 띄워 버렸다.

궤네깃또, 동해용왕 막내사위가 되다

무쇠상자는 물 위로 삼 년, 물 아래로 삼 년 떠다니다 용왕국 산호수 윗가지에 걸렸다. 그때부터 용왕국에 신비한 일들이 벌어지는가 하면 어디선가 글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용왕이 무슨 일인지 궁금하여 세 딸들을 차례로 불러 알아보라고 했다. 큰딸은 별일 아니라 하고 둘째딸도 별일 아니라 아뢰는데, 막내딸이 이상한 무쇠상자를 보았노라 아뢰었다.
이번에는 용왕이 세 딸들에게 무쇠상자를 산호가지에서 내리라고 일렀다. 큰딸은 무거워서 못내리고 둘째딸도 무거워서 못내리는데, 막내딸은 겨드랑이에 끼워 내렸다. 용왕이 상자를 열어보라 일렀더니 큰딸이 상자를 열지 못하고 둘째딸 역시 상자를 열지 못하는데, 막내딸이 발로 세 번 툭 차서 상자를 열었다. 열린 무쇠상자 안에는 옥 같은 도령이 자세를 바르게 하고 앉아 글을 읽고 있었다.
“도령은 어디에서 왔느냐?”
“조선 남방국 제주에서 왔습니다.”
“용왕국에는 무슨 일로 왔느냐?”
“강남천자국에 변란이 생겼다 하여 막으러 가다 파도에 떠밀려 용왕국에 왔습니다.”
용왕은 옥 같은 도령이 천하제일의 장수라 여겨 막내사위로 삼았다.

아버지 닮은 먹성으로 용궁에서 쫓겨난 궤네깃또

궤네깃또가 동해용왕의 막내딸과 혼인을 한 뒤였다. 아무리 진수성찬으로 상을 차려도 거들떠 보지 않자 막내딸이 궤네깃또에게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내 나라가 작다지만 돼지도 통으로 먹고 소도 통으로 먹소.”
그 후 궤네깃또 밥상에 돼지도 통으로 잡아 올리고 소도 통으로 잡아 올렸다. 하지만 아버지 소천국의 먹성보다 궤네깃또의 먹성이 더한지라 머지않아 용궁에 돼지와 소가 남아나지 않게 되었다. 용왕은 두고볼 수 없어 궤네깃또 부부를 용궁에서 내쫓기로 했다.
“여자는 출가외인이니 네 서방을 따라 가거라.”
용왕은 무쇠상자에 궤네깃또와 막내딸을 넣고 용궁 밖으로 띄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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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이상현 (사진 출처: http://oldwebzine.jdcenter.com/1_5_1512/)

강남천자국에서 영웅이 되다

무쇠상자는 바다 위를 떠돌다 궤네깃또의 어머니 백주또의 고향인 강남천자국 흰모래밭까지 밀려왔다. 이번에도 무쇠상자가 밀려온 후로 신비한 일들이 벌어지고 어디선가 글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식을 들은 강남천자국 천자는 무쇠상자를 열어보게 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상자를 열 수 없었다. 점을 치는 봉사에게 방법을 물었더니 천자가 북방을 향해 네 번 절을 해야 열 수 있다고 했다. 천자는 의관을 갖추고 예를 다하여 북방을 향해 네 번 절을 올렸다. 그러자 무쇠상자가 열리며 옥 같은 도령과 각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대는 어디에서 오셨소?”
“나는 조선 남방국 제주에서 왔습니다.”
“강남천자국에서는 무슨 일로 오셨소?”
“어머니의 나라에 변란이 생겼다기에 적을 물리치러 왔습니다.”
마침 강남천자국은 외적과 전쟁 중이었다. 천자는 기뻐하며 무쇠투구 갑옷과 무기를 궤네깃또에게 내어주었다. 궤네깃또는 먹성뿐만 아니라 힘 또한 대단했다. 처음에는 머리 둘 달린 장수, 두 번째는 머리가 셋 달린 자수, 세 번째는 머리 넷 달린 장수를 단칼에 베어버리며 전쟁에서 승리했다. 천자가 기뻐하며 강남천자국의 땅 절반을 하사하려 하자 궤네깃또는 사양하며 제주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고향에 돌아와 마을 수호신이 되다

바다는 물론 대륙까지 힘을 떨친 궤네깃또는 천자가 마련해 준 큰 배에 엄청난 양식과 삼천대군을 싣고 고향으로 향했다. 아버지 소천국은 무쇠상자에 담아 바다에 버렸던 아들이 삼천군사를 이끌고 돌아온다는 소식에 놀라 아랫마을로 도망을 가다 죽고 말았다. 어머니 백주또 또한 윗마을에서 죽고 말았다.

(다음주는 백주또와 소천국의 다른 자식인 ‘일뤠또’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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