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도 고쳐주고 아이도 돌봐주는 일렛또

강남천자국에서 오곡 씨앗을 들고 온 백주또와 제주땅 사냥꾼 소천국은 제주 마을신들의 부모신이다. 두 사람은 아들 여덟 명과 딸 스물여덟 명을 낳았는데, 그중 바람웃또라는 아들이 있었다. 바람웃또 또한 부모에게 불효하여 형제인 궤네깃또처럼 무쇠상자에 담겨 바다에 버려졌다. 무쇠상자는 동해용왕국에 이르렀고, 바람웃또의 장수다운 풍모에 감탄한 동해용왕은 따님인 말잣딸아기와 혼인을 시켰다.
하지만 이번에도 아버지 소천국의 어마어마한 식성을 물려받은 탓인지 바람웃또가 음식을 너무 많이 탐하는 바람에 용궁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다행히 함께 쫓겨나게 된 말잣딸아기는 아버지 용왕에게서 풍운조화를 부리는 요술부채를 얻어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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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보 나라 소천국』 |이서연 (지은이) | 윤미숙 (그림) | 아름다운 사람들

요술부채로 며느리로 인정받는 작은부인

바람웃또와 말잣딸아기 부부는 무쇠상자에 담긴 채 용궁에서 쫓겨난 뒤 파도에 이끌려 다시 고향인 제주로 돌아왔다.고향에는 바람웃또가 용궁으로 쫓겨나기 전에 혼인을 해 임신까지 한 본부인이 있었다. 그러니 시어머니 백주또는 용왕따님인 말잣딸아기가 아무리 총명해 보여도 며느리로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시어머니 백주또가 마당에서 콩을 부리고 있었다.
“아이쿠, 눈이야!”
말잣딸아기가 요술부채를 부쳐 콩깍지가 시어머니 눈에 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백주또는 아파서 눈도 제대로 못 뜨고 허둥댔다. 그러자 말잣딸아기가 냉큼 달려와 요술부채로 부쳐 시어머니 눈에 들어간 콩깍지를 없앴다.
“네 덕에 내가 살았구나!”
그 후 말잣딸아기는 며느리로 인정받아 본부인은 큰부인, 말잣딸아기는 작은부인이 되었지다. 하지만 이들이 함께 살 수는 없다 하여 시어머니 백주또는 땅과 물을 갈라 말잣딸아기에게 새 살림을 내주었다.

돼지털 구워 먹고 오해로 쫓겨난 큰부인

소식을 들은 큰부인이 도대체 시어머니가 작은부인에게 땅을 얼마나 떼주었나 보려고 길을 나섰다. 그러다 목이 말라 돼지 발자국에 괸 물을 마시게 되었다. 이때 물 속에 있던 돼지털이 큰부인의 코를 찔렀다. 큰부인은 돼지털을 빼내었다.
“배가 고픈데 이거라도 구워먹을까?”
큰부인은 돼지털을 불에 그을려 먹었다. 그랬더니 고소한 돼지고기 냄새가 나는 게 마치 맛있는 돼지고기를 먹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집에 돌아오니 남편인 바람웃또가 돼지고기 냄새가 난다며 큰부인을 추궁했다.
“어디서 몰래 돼지고기를 잡아먹고 온 것이오?”
“아닙니다. 돼지고기를 먹은 게 아니라 물을 마시다 돼지털이 코에 박혔는데, 그걸 뺴내어 구어먹은 거예요.”
큰부인이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말했지만 바람웃또는 믿지 않았다. 오히려 큰부인이 돼지고기를 먹어 부정하다며 마라도로 귀양을 보냈다.

귀양을 간 큰부인을 데리러 간 작은부인

“형님이 도통 모습이 안 보입니다. 어디 갔는지 아세요?”
작은부인 말잣딸아기는 남편에게 큰부인의 행방을 물었다.
“마라도로 귀양을 보냈소.”
남편은 큰부인이 돼지고기를 몰래 먹는 부정을 저질러 귀양을 보냈으니 찾지 말라고 말했다.
“그만한 일로 어찌 귀양을 보낸답니까?”
기가 막힌 말잣딸아기는 곧바로 큰부인을 데리러 마라도로 찾아갔다. 큰부인은 이미 출산을 해 아기 일곱 명을 마라도에서 혼자 돌보고 있었다. 형편을 살피던 말잣딸아기는 큰부인에게 돌아가 함께 살자며 이끌었다.

없어진 막내 아기

“나는 바닷가에 들렀다 갈테니 자네는 우리 아기들을 데리고 먼저 가시구려.”
큰부인은 바닷가에서 해물을 잡아먹고 가려고 아기들을 말잣딸아기에게 부탁했다.
“그럼 아기들을 데리고 먼저 갈테니 서당팟에서 만납시다.”
말잣딸아기가 아기들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기들이 배고프다 울고 잠을 못자 울고 아프다 우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기들을 어르고 재우고 달래며 길을 재촉하는데, 어쩐 일인지 아기가 여섯 명이었다.
“형님, 막내가 사라졌소!”
깜짝 놀란 말잣딸아기는 이 소식을 큰부인에게 알렸다. 두 사람은 함께 없어진 아기를 찾아 헤매느라 정신없었다. 그렇게 한참 찾다 보니 막내 아기가 그루터기에 온몸이 긁혀 피부병이 생기고 가시에 눈이 찔려 눈병이 생긴 채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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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치료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마을신 일렛또를 모시는 일렛당 (사진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병을 고치고 아이를 기르며 마을신이 되다

막내 아기를 챙겨 돌아온 뒤 말잣딸아기는 정성껏 아기의 피부병과 눈병을 치료했다. 그리고 큰부인과 함께 일곱 아기들을 건강하게 키웠다. 그 후 말잣딸아기는 큰부인과 함께 마을을 지키는 여신 일뤳또가 되었다. 일뤳또는 그들이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병을 치료했던 것처럼 마을 사람들의 아이들을 돌봐주고 병을 고쳐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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