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웃또와 고산국과 지산국의 삼각관계 (2)

배신한 당신과 살 수 없으니 땅을 갈라 따로 살자

고산국은 두 사람을 향해 천근 무쇠 활에 백근 무쇠 화살을 걸어 시위를 당겼다. 고산국의 기세에 놀란 바람웃또와 지산국은 벌벌 떨며 빌기만 할 뿐이었다. 두 사람이 무릎을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모습을 보니 고산국은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사랑하는 남편과 사랑하는 동생이 아니던가. 차마 죽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을 용서할 수는 없었다.
“배신한 당신과 같이 살 수 없으니 땅 가르고 물 가르고 사람도 갈라 따로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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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어플 ‘이야기 속 제주’ 서귀본향당 카툰 캡처)

바람웃또는 살려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땅과 물을 갈라주겠다 하여 그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며 아내에게 말했다.
“그럼 당신이 먼저 화살을 쏘아 땅을 고르시오.”
고산국은 활솜씨가 빼어났다. 가만 생각해 보니 화살을 쏘아 땅을 정하면 남편이 살 데가 없을 듯했다. 고산국은 활을 내려놓고 대신 대막대기에 돌을 끼워 던졌다. 대막대기는 서귀포 홍리 흙담에 떨어졌다.
“이 위로는 땅도 물도 사람도 짐승도 내 차지요. 이곳에 들어오지 마시오.”
뒤이어 바람웃또가 활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서귀포 앞바다 쪽 하서귀로 떨어졌다.
부부가 살림을 나눠 관계를 정리했으니 남은 것은 자매간의 관계 정리였다.
“너하고는 같은 성씨로 살아갈 수 없다. 네 성을 바꾸거라.”
그리하여 성을 바꾼 동생은 ‘지산국’이 되었다.

혼인 관계의 신뢰를 일깨우는 경고

고산국은 홍리의 서쪽으로 가 서홍리의 마을신이 되었다. 지산국은 동쪽으로 가 동홍리의 마을신이 되었다. 바람웃또는 서귀리의 마을신이 되었는데, 세 마을은 고산국의 말대로 땅과 물과 사람을 넘보지 않았다. 잘못을 저지른 두 사람의 살 곳을 마련해 주는 것으로 용서는 하지만, 금기를 만들어 지켜야 할 도리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것이다.
한번은 고산국의 말을 어기고 지산국의 마을 사람들이 집을 짓기 위해 서홍리로 들어가 나무를 베려다 한날한시에 즉사하고 말았다. 동생 지산국은 언니 고산국에게 잘못을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
“나하고 언니하고는 원수가 되었다지만 사람들은 무슨 죄가 있단 말입니까?”
과연 지산국의 말이 옳았다. 두 사람 때문에 죄 없는 사람들이 무슨 고생인가. 그 후 나무를 베어가는 것쯤은 허락하게 되었다.
하지만 세 마을신이 차지한 마을의 사람들은 여전히 넘볼 수 없어 서홍리와 동홍리, 서귀리 사람들은 서로 혼인하지 않는다. 설령 혼인을 하게 되더라도 잘 살지 못하여 꺼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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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관 바름웃또와 지산국 부부신을 모신 ‘서귀본향당’ (사진 출처: 한국 관광 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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