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컨셉으로 통한다

자소서도 컨셉을 필요로 한다

취업이 시대의 화두다. 취업할 때 필수적으로 요구받는 자소서. 보통의 자소서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백이면 거의 백, 자기 중심으로 과대포장 혹은 과소포장을 한다. 포맷도 비슷비슷하다. 언제 태어나서, 현명하고 어진 부모 밑에서 어떻게 자랐고, 품성은 어떻고, 스펙은 어떻고, 입사하면 어떤 각오로 일할 거고… 이런 하나마나한(?) 이야기에 시간과 지면을 낭비한다. 차별화 요소가 거의 없어 ‘그분’이 읽지 않거나 읽어도 건성으로 읽는다. 애는 많이 썼을지 모르나, 결과는 슬프다. 만약 이런 자소서에 ‘그분’이 관심을 갖는다면, 그건 로또 당첨이고 기적이다.


… 자소서, 그렇게 쓰면 된다고 안 된다?
“안 돼!!”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나고 강점이 있는 사람이다. 내 자소서가 무관심과 푸대접을 받는 건 내가 마케팅을 못했기 때문이고, 그 말은 곧 내 자소서에 컨셉이 없다는 걸 말한다. 그분에게 나를 제대로 어필하려면 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일단은 나로부터 벗어나고 멀어져야 나를 잘 보여줄 수 있다는 역설.

그러나 벗어나는 데도 이유가 있고 목표가 있어야 한다. 나로부터 벗어나는 이유는 나를 잘 보(여 주)기 위해서다. 나로부터 벗어나서 그분의 마인드로 들어간 다음 다시 나에게로 돌아와야 한다. 그분과 나 사이에서 왕복운동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나로부터 무작정 벗어나기만 하면 실없는 사람이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손자의 말처럼 “지피지기면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지피(知彼) 즉 그분에게로 갔다가, 지기(知己) 즉 나에게로 돌아와야 ‘그분’ 눈에 쏙 드는 자소서를 쓸 수 있다.

나를 떠나 그분에게로 간다는 건 그분이 목마르게 간절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걸 말한다. 그런 다음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는 건 다른 경쟁자들보다 내가 그분의 목마름을 싹 가시게 해줄 시원한 솔루션을 갖고 있다는 걸 쌈박하게 정리해서 보여주는 걸 말한다. 그런 자소서를 “컨셉이 있는 자소서”라고 한다.

 

지기형 자소서 vs 지피지기형 자소서

“저는 토익이 800점이고, 외국인과 영어로 소통하는 데 지장이 없습니다. 대학에서는 마케팅을 전공했으며, 4년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특히 3학년 때는 교환학생으로 인도 델리대학에서 1년 동안 뇌과학을 바탕으로 한 뉴로마케팅을 공부하기도 했고, 현지에서 인턴사원으로 근무한 경험도 있습니다. 2급 정보관리사 자격증이 있으며, 웹마케터 2급 자격증도 있습니다. 저를 채용해 주시면 결코 실망하시지 않을 것이며, 성실하게 근무하여 귀사의 성장에 일조하겠습니다.”

상당히 익숙한 포맷의, 전형적인 ‘나’ 중심의 ‘지기형 자소서’다. (그분) 눈에 띄게 잘못한 것도 없지만 (그분) 눈에 띄게 잘한 것도 없는, 그야말로 밋밋하고 무난한 자소서다. 문제점은 딱 하나. 세상에는 이런 (그분) 눈에 띄지 않는 자소서가 차고 넘친다는 사실이다. (그분) 눈에 띄지 않으면 그걸로 끝이다. 굳이 실패하고 싶어서 실패적인 자소서를 썼다면 모를까, 성공하고 싶다면 (그분) 눈에 띄는 자소서를 써야 한다. 이 ‘지기형 자소서’를 (그분) 눈에 띄는 그분 중심의 ‘지피지기형 자소서’로 바꿔보자.


“귀사는 생활용품 부문 국내 시장점유율 54%의 1위 기업입니다. 그러나 해외기업들의 국내시장 진출과 내수시장 경쟁의 격화로 시장점유율이 30%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습니다.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시장선도자 위치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해외진출을 통한 시장개발전략이 필요한데, 특히 귀사의 강점을 고려할 때 아시아에서의 전략거점 구축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특히 인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인도는 경제규모나 성장 가능성 면에서 중국에 결코 뒤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 비해 규제도 훨씬 약한 편입니다. 또 산업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 있고, 양질의 노동력도 풍부합니다. 저는 마침 인도 델리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인공지능을 베이스로 한 뉴로마케팅을 1년 동안 공부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교환학생 경험과 현지인턴사원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데 언어적・문화적 장애가 거의 없으며, 웹4.0과 관련된 첨단 마케팅 툴을 이용하여 빠른 시간 안에 사업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저를 뽑아주신다면 제가 가진 능력을 바탕으로 인도에서의 사업 교두보 마련에 일조함으로써 귀사의 글로벌 진출과 시장 확장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컨셉이 없으면 결과도 없다

‘나’는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라 맥락과 배경에 따라 천개의 정체성을 갖는 다양체다. 맥락을 뚝 떼어놓고 오로지 나에게만 집착해서 나를 보여주면 나의 모습은 일면적이고 제한적이고 왜소할 수밖에 없다. 관점을 바꿔 그분이 원하는 맥락 속에 ‘나를’ 놓아 보라. 훨씬 멋지고, 그럴듯하고, 잘나 보일 것이다. 그분 맘에 들게 꾸미거나 과대포장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그분이 나를 선택(구매)할 수 있도록 마케팅하라는 얘기고, 그러려면 컨셉이 꼭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는 것뿐이다.

자소서를 왜 쓰는가. 경쟁자보다 나를 더 잘, 더 크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 중에서 결국 나를 구매(채용)하게 하려는 데 있다. 컨셉을 바탕으로 쓰면 그분이 반해서 구매할 마음이 솟아나는 자소서를 쓸 수 있다. 그림을 통해 살펴보자.

그림에서 보듯이 컨셉의 구성요소는 세 가지다. 목표고객(표적고객), 제품범주, 내 제품. 목표고객은 내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이고, 제품범주는 내 제품이 속해 있는 그룹이다. 자소서의 경우라면, 나를 채용해줄 기업의 인사담당(그분)이 목표고객이고, 제품범주는 내가 입사하려는 회사에 같이 지원한 경쟁자들, 제품은 나다.

①은 니즈(needs, 필요성)의 끈으로서, 목표고객과 제품범주를 이어주는 끈이다. 니즈란 목표고객이 간절히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 항상적으로 갖고 있는 불만 등을 가리킨다. 니즈가 있는 고객은 자신의 니즈를 해소해줄 솔루션을 찾아 제품범주로 눈을 돌리게 마련이다.

②는 원츠(wants, 상품세계)의 끈으로서, 제품범주와 내 제품을 이어주는 끈이다. 내 제품이 포함된 제품범주가 구매 가능한 상품세계 즉 원츠의 세계를 구성한다. 제품범주로 눈을 돌린 목표고객은 제품범주 중에서 가장 차별적 우위성이 있는 제품을 찾는다. 차별적 우위성이란 동일 제품군 중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가장 뛰어난 제품을 가리킨다.

③은 디맨드(demand, 수요)의 끈으로서, 내 제품을 목표고객과 이어주는 끈이다. 디맨드를 창출하기 위해 기업은 제품을 고객의 마인드에 포지셔닝시키는 마케팅 과정을 거치는데, 이것이 ③의 과정이다. ③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프로모션) 과정을 통해 내 제품이 컨셉이 있는 제품(①과 ②를 하나로 꿴, 즉 목표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군 중에서 가성비가 가장 뛰어난 제품이라는 사실)임을 알게 된 목표고객은 호감, 선호, 확신의 단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구매를 결정한다. 제품과 고객을 하나로 꿰어서 이어주는 ③을 흔히 ‘포지셔닝 서술’(마케팅 컨셉)이라고 한다.

③의 포지셔닝 서술 즉 마케팅 과정을 통해 ‘고객 니즈’(why, 내가 왜 당신 제품을 사야 하는데)와 ‘제품컨셉’(what, 내 제품의 차별적 우위성)은 하나로 이어지고, 그 결과 내 제품(브랜드)은 소비자 마음 속으로 들어가 기억의 사다리에 자리를 잡게 된다. 포지셔닝 서술 과정에서 고객의 마음을 열고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려면, 제품컨셉에 해당하는 what을 열심히 얘기해 봐야 소용없다. 모든 인간은 자기중심적이다. 자기의 니즈를 건드리는 제품에 호감을 갖고 선택적으로 주의・집중을 기울이게 되어 있다. 그의 심정으로, 그의 입장에서, 즉 why니까 what이라고, 그의 언어(용어)로 표현해야 한다. 이것이 컨셉이다.

결국 컨셉이란 ①-②-③이 하나로 꿰어져 있는 상태, 즉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내 제품이 동일 제품범주 군에서 가장 차별적 우위성이 있는 제품이라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확신시켜 구매와 고객만족이라는 구체적인 결과(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가리킨다. 컨셉은 목표고객의 니즈에서부터 목표고객의 만족에 이르기까지의 기나긴 과정을 ‘일관성을 갖고 관통하는’(하나로 꿰는)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특징이다.

이제 우리는 컨셉을 정의할 수 있다. “①목표고객이 간절히 원하고(니즈 즉 필요성이 있고), ②동제품범주 군에서 가장 강력한 차별적 우위성을 갖는 내 제품을, ③목표고객의 입장에서why니까 what 아니냐고 그의 언어로 표현한, ①②③을 하나로 꿴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특징”이라고.

컨셉은 일관성을 갖는 원리이기 때문에 자유자재로 응용・활용이 가능하다. 마케팅에 적용하면 마케팅 컨셉이, 자소서에 적용하면 자소서 컨셉이, 업무에 적용하면 업무 컨셉이, 기획서에 적용하면 기획서 컨셉이, 창업에 적용하면 창업 컨셉이 된다. 컨셉은 힘이 세다. 컨셉은 현실세계를 이해하고 해석하고 창조하는 강력한 무기다. 중요한 건 컨셉은 의도가 아니라 결과라는 점이다. 결과를 낳지 못하면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컨셉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모든 실패의 원인은 당연히 컨셉의 부재다.

 

컨셉은 힘이 세다

다시 자소서의 경우를 보자. 마케팅 컨셉은 ‘제품’이라고 하는 브랜드를 고객 마인드에 포지셔닝하는 것이고, 자소서 컨셉은 ‘나’라고 하는 브랜드를 그분(인사담당)의 마인드에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마케팅 과정과 자소서를 쓰는 과정은 정확히 동형적이다. 둘 다 성과를 목표로 하는데, 유의미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컨셉 사고를 바탕에 깔고 있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컨셉 정의를 자소서 컨셉 정의로 바꿔보면 이렇다.

“그분(인사담당)이 간절히 원하고, 입사 경쟁자 중에서 가장 강력한 차별적 우위성을 갖는 나를, 그분의 입장에서 why니까 what 아니냐고 그분의 용어로 표현한,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특징”

컨셉(concept)은 con(with)과 cept(붙잡다)의 합성어다. con은 꿰는 것이고 cept는 꿰어지는 것이다. 컨셉은 “여럿을 하나로(with) 붙잡아 꿴(cept) 것”을 가리킨다. 대개의 자소서는 ‘나’(제품)를 가지고 꿴다. 쉽기 때문이다. ‘그분’(표적고객)을 아는 것은 어렵지만, 나를 아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그래서 ‘나는’으로 시작해서 ‘나는’으로 끝나는 자소서가 그렇게나 넘쳐나는 것이다.

‘나는’으로 시작하는 경우, 그나마 눈에 띄려면 경쟁자(제품범주) 군에서 내가 어떤 차별적 우위성을 가지고 있는지 설명해내야 하는데, 그게 또 쉽지 않다. 지피지기, 즉 경쟁자와 나를 동일한 평면 위에 놓고 객관적으로 근거를 갖고 비교 평가해야 하는데, 대개는 자신도 잘 모르고 남도 잘 모른다. 그래서 ‘나는’으로 시작하는 자소서들의 상당수가 차별적 우위성마저 드러내지 못하는 고만고만한 자소서가 되고 마는 것이다. 쉬운 길, 무난한 길은 편하긴 해도 실패로 가는 길이다.


“나는”만 뺀다고 해도.. 그거슨 시..실패로 가는 길..
로드 투 헬…

채용(구매)을 결정하는 것은 엿장수, 아니 인사담당 마음이다. 그분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자소서가 컨셉이 있어야 한다. 그분의 니즈(입맛)에 입각해서 나의 차별적 우위성을 어필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진출하려는 분야에 대한 시장조사(마케팅 인텔리전스)를 철저히 해야 한다. 금융업계라면 세계경제 상황과 금융업의 전망, 비전, 트렌드 등을 꿰고 있어야 하고, 출판업계라면 지식콘텐츠가 생산・유통・소비되는 환경과 조건, 미디어 특성, 업계 규모 등을 꿰고 있어야 한다. 나를 소개하는 자기소개서지만, 내가 진출하려는 분야를 배경으로 해서 그 맥락 속에서 ‘내’가 부각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럴 때라야 그분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경쟁자들과의 차별적 우위성을 부각시킬 수 있다. 결국 ‘나는’으로 시작해서 ‘나는’으로 끝나는 자소서가 아니라 ‘그분’으로 시작해서 ‘나는’으로 왔다가 다시 ‘그분’으로 끝나는 자소서를 써야 한다. 그게 컨셉이 있는 자소서고, 경쟁력이 있는 자소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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