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쁜 사람은 아니다

하루종일 괜찮았는데 어느 순간 눈물이 툭, 하고 터져 버린다. 다른 때는 장난으로 잘도 웃고 넘기던 말이 귀에 걸려서 눈을 흘긴다. 무언가 집어낼 순 없지만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뭉근하게 나의 기분을 잠식한다. 가시돋힌 말을 한다. 웃어주고 싶지 않다. 상대가 불편함을 느끼길 원한다. 그러나 나는 나쁜 사람은 아니다. 나는 평소에는 꽤 괜찮은 사람이다. 그냥 그럴 때가 있다. 그러나 왜 그런지, 무엇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그 지점에 손가락을 갖다대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므로 가까운 사람이 나에게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묻지 않기를 바란다. 대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말 한마디, 사소한 행동 하나로 시작된 일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 나의 이상행동을 싸지른 이후, 그 진상짓의 원인은 이미 단순히 말과 행동을 넘어선다. 말과 행동, 내 기분과 상황 이것들이 상호작용하여 이상한 상황을 기어이 만들어낸다. 나는 나쁜 사람은 아닌데, 이렇게 이상한 상황이 만들어지면 더 이상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하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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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화 작가의 『지극히 내성적인』은 어떤 순간, 혹은 시작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왜 그런 마음을 먹었지? 왜 그렇게 그 일이 거슬리게 된 거지? 무엇이 나를 이렇게 불편하게 하는 거지? 너무 사소하고 아무것도 아니어서 이것들이 설마 이후 어떤 것의 원인이 되겠나 싶은 바로 그 짧은 순간을 잡아내고는 우리에게 ‘봐봐, 이거였지?’ 하고 확인을 시킨다. 그래서 읽는 독자는 불편하다. 에이 그렇게 사소한 것 때문일 리 없어. 애써 부정하고 싶다. 하지만 파스칼 가라사대 “사소한 일이 우리를 위로한다. 사소한 일이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에”라지 않으셨던가. 그렇다. 사소함이다, 내 마음을 그렇게 휘저어놓은 것은.

독자에게 기이한 불편함을 밀어붙이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처음으로 들었다. 내가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내가 그렇게 사소한 것 때문에 이러는 것은 아니라고, 나를 애써 설명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소설로 표현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온전히 내 얘기인 것만도, 그렇다고 온전히 가공의 이야기인 것만도 아닌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은 타인에게 나를 이해시키는 방법인 동시에 나 스스로에게 나를 이해시키는 방법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 소설이 아닐 수도 있겠다. 무엇이어도 되겠다. 이야기를 시작하고, ‘나’는 그 이야기 속에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 내가 하루를 보내고 누구와 만나고 관계맺고, 어떤 결과를 내는 일을 하며 사는 것에 대한 어떤 이야기, 내러티브는 내 삶을 혹은 인식을 다른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든 것 또한 사실이다.

나를 알고 싶다. 내 행위를 이해하고 또 이해시키고 싶다.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부분에 대해서는 확신도 가지고 싶다. 나누고 싶다. 인정도 받고 싶다. 몇 해 전, 바로 한 해 전, 그리고 지금도 나는 그렇다. 그런 소망과 바람을 매해를 보내고 또 맞으며 해왔다. 아마 내년도 다르지 않을 테지만,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크게 다르지 않은 바람과 다짐들을 적어내려갈 것 같다. 다만 여기에 소설 비슷한 것을 쓰고 싶다는 것이 추가될 것이지만. 그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야기를 하는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때, 우리의 내년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기대해 보련다. 우리가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때, 진짜 우리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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