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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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연행되는 아이의 엄마를 보면서, 아이를 거두는 여자

 영화 「죽여주는 여자」를 보면서 다른 어떤 것보다도, 남들은 모르지만 나에게 적용되는 어떤 특별한 사정에 대한 생각을 했다. 남들이 보기엔 유괴와 납치처럼도 보이지만 그 상황에서는 아이를 데려와 보살펴야 할 것 같아 아이를 굳이 쫓아가 집으로 데려와 먹이고 재우고, 예전에 잘해줬던 영감님의 말로가 너무 안쓰러워 죽여드리기까지 하는 여자. 남들이 봤을 때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지만 여자의 입장에서는 이타적이고 고귀한 행동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의도야 어땠건, 진짜 사정이야 어땠건 여자는 뉴스 속에서 “사람을 죽이고 유유히 범행현장을 빠져나가는 여인”으로 묘사된다. 뉴스를 보는 사람은 세상에 돈 몇 푼 때문에 사람을 죽이냐고 핏대를 세우지만, 여자가 그 돈으로 죽은 이의 명복을 빌었다는 걸 아는 이는 없다. 여자는 감옥에 가고 무연고자로 죽음을 맞이한다. 역시, 여자를 아는 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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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나 사건을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자료의 집적이나 동기파악, 타임라인, 원인과 결과.. 등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논리와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 적지 않다. 상상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 일도 많다. 저마다의 사정은 그렇게 제 각각이다. 세상을 다 알 만큼 살았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나이에 비해 많은 일을 겪은 것은 같다. 서로의 사정을 아는 친구들과는 “우린 진짜 잘 되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말을 하는 건 우리가 공유한 험한(?) 일들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떤 이상한 일이 있어도 한편으로는 기함을 하다가도 “사정이 있겠지”라는 생각을 따라서 바로 하게 된다. 일반적인 기준과 잣대로 판단할 수 없는 저마다의 사정은 늘 있다. 내가 마음이 비단결처럼 곱다거나 심성이 좋아서 누굴 이해하는 문제가 아니라, 그냥 개인의 차원에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사정은 별의별 모양새로 다 존재하고 우리 개인은 경험과 상상의 한계로 그 사정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기 때문이랄까.

새해결심을 야무지게 하는 스타일이 원체 아니라서 올해도 역시 대충 감기를 핑계로 스리슬쩍 넘어갔는데, 그 와중에 결심 비슷하게 한 게 하나 있다면 ‘단언하지 않기’ ‘속단하지 않기’ ‘한번만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 보기’로 풀어써지는 종류의 것이다. 뒤에서 쟤는 어떻다더라 저떻다더라, 그럴 줄 알았어, 원래 걔 그런 애야, 라는 식의 말을 안 하고 싶다는 다짐이다. 이것은 ‘착한’ 것과는 좀 거리가 멀고, 음, 그래, 내 이해의 끝이 닿는 곳을 좀 넓히는 식이 되겠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세상에 일어나지 못할 일은 없다. 더욱이 2016년은 여러모로 그 증거와도 같은 해였으니.

rip“가버려! 2016년”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걸 보고 듣고, 좋은 걸 읽고, 자주 쓰고 또 고쳐쓰기도 하면서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하고 이상한 일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을 해보겠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좋은 일만 있으면 좋겠다. 기분좋게 웃으며 손뼉도 치고 즐거움에 소리를 지를 수 있는 그런 좋은 일들.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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